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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다 (줄거리, 연기력,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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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이다' 리뷰 – 직감으로 범인을 쫓는 오빠, 그리고 끝내 풀리지 않은 '왜' 이 글은 영화의 기본 설정과 초중반 전개를 다룹니다. 범인의 정체와 결말은 언급하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그놈이다'라는 영화가 올라온 걸 봤어요. 예전에 끝까지 못 봤던 기억이 나서 다시 보게 되었네요. 2015년 개봉작이라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분명했습니다, 다 보고 나서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무서워서라기보다는 머릿속에 남은 질문 하나 때문이었는데요. 그 이야기를 포함해 제가 느낀 점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영화 기본 정보 항목 내용 제목 그놈이다 (Fatal Intuition) 개봉 2015년 10월 28일 감독 윤준형 출연 주원(장우), 유해진(민약국), 이유영(시은), 류혜영(은지)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러닝타임 109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 서로가 전부였던 남매 부모 없이 자란 장우와 은지는 곧 재개발로 사라질 바닷가 마을에서 단둘이 살아갑니다. 장우는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려고 몸 쓰는 일을 몇 개씩 겹쳐 하며 버티고, 동생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 새 출발을 하겠다는 꿈 하나로 하루하루를 견딥니다. 그런데 이사를 앞둔 어느 날 은지가 연락이 끊기고, 며칠 뒤 숨진 채 발견됩니다. 뚜렷한 증거도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수사는 제자리걸음이고, 장우는 직접 범인을 찾기로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은지의 넋을 달래기 위해 전통 의식을 치르는데, 장우는 그 자리에서 수상한 한 남자를 발견하고 "그놈이다"라고 확신합니다. 여기에 사람의 죽음을 미리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 시은이 얽히고, 마을에서 또 다른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 흘러갑니다. 관전 포인트 3가지 1. 증거가 아닌 '확신'으로 달리는 추적극 보통 범죄 스릴러는 단서를 하나씩...

댓글부대(엔딩,흐름,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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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댓글부대' 후기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더 무서워지는 영화 퇴근길에 유튜브를 스크롤하다가 '댓글부대'라는 리뷰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온라인 뉴스나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듣던 단어라 궁금증이 확 들었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OTT로 예고편부터 찾아봤다. 예고편만 보고 나는 이 영화를 기자 한 명의 복수극쯤으로 짐작했다. 자기 기사가 오보로 뒤집힌 뒤 그 배경을 파헤쳐 가는, 고군분투형 정치 스릴러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반만 맞았다. 영화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금세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구조 자체로 넘어간다. 전개가 시사 고발 다큐멘터리에 가까워서, 보는 내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온라인 댓글 몇 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안국진 감독의 '댓글부대'는 이 질문을 스릴러의 형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특이한 건 영화가 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지막 장면까지 "네가 지금 본 것도 조작일 수 있다"고 말하며 관객을 시험한다. 이 글은 스포일러 없는 감상부터 시작해 뒤쪽에서 결말 해석까지 다룬다. 스포일러 구간은 따로 표시해 두었으니, 아직 안 봤다면 중간에서 멈춰도 좋다. 기본 정보 2024년 3월 27일 개봉 / 안국진 감독 / 109분 / 15세 이상 관람가 /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 원작. 주연은 손석구(임상진), 김성철(찡뻤킹), 김동휘(찻탓캇), 홍경(팹택). 임상진은 대기업 비리를 폭로했다가 오보 판정을 받고 정직당한 사회부 기자다. 나머지 세 명은 여론 조작 팀으로, 각각 여론의 방향을 설계하는 두뇌, 임상진에게 조작의 존재를 알려주는 제보자, 조작의 위력에 점점 빠져드는 막내 역할을 맡는다. 세 청년의 활동명이 전부 우스꽝스러운 은어라는 점이 이 영화의 태도를 압축한다. 세상을 흔드는 일이 비장한 결의가 아니라 심심함과 용돈벌이에서 시작된다는 감각이다. 스포일러 없는 ...

감시자들(스포일러,포인트,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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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시자들 리뷰-13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한국 추격 스릴러 직접 관람한 뒤 쓴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결말과 주요 반전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게 된 계기 주말에 볼 만한 한국 영화를 찾다가 유튜브에서 <감시자들>이라는 제목을 봤습니다. 예전에 보다 만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끝까지 볼 생각으로 쿠팡플레이에서 다시 틀었습니다. 예전에 보다 말았을 때 기억에 남은 건 정우성의 액션뿐이었습니다. 이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달랐습니다. 가장 긴장했던 건 정우성이 전화를 받는 장면입니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자리를 옮기려 걸어가는데, 미행까지 붙은 걸 알고는 걸음을 빠르게 해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그러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쫓기는 쪽이 보는 저보다 침착하다는 게 오히려 조마조마했습니다. 설경구가 한효주의 미행 실수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소리를 지르지도, 다그치지도 않고 담담하게 짚기만 하는데 그 말투에 무게가 있었습니다. 한효주는 어리바리한 면과 당돌한 면을 같이 보여줍니다. 신입이라 서툰데 주눅은 들지 않는 인물이어서 계속 눈길이 갔습니다. 개봉한 지 13년이 지났는데도 화면이 낡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 정보 항목 내용 제목 감시자들  개봉 2013년 7월 3일 감독 조의석, 김병서 출연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진경, 이준호 장르 범죄, 액션, 스릴러 상영시간 118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스포일러 없는 줄거리 경찰 내부에는 감시만을 전담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들은 범인을 직접 잡지 않습니다. 따라가고, 보고, 기억하고, 무전으로 전달하는 일만 합니다. 개입하는 순간 임무는 실패입니다. 베테랑 황반장(설경구)이 이끄는 이 팀에 신입 하윤주(한효주)가 합류합니다. 한 번 본 것을 잊지 않는 기억력이 그의 무기입니다...

보스 (스포일러,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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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폭들이 보스 자리를 서로 떠넘기는, 짜장면 냄새 나는 코미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유는 하나였다. 배우들이 아까워서. 이성민, 오달수,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 황우슬혜. 이름만 늘어놓아도 "이 조합이 재미없기가 더 어렵지 않나" 싶은 라인업이다. 실제로 개봉 전 온라인 반응도 대부분 그랬다. 그리고 극장을 나선 뒤 내게 남은 건 조금 엉뚱한 두 가지였는데, 그 얘기는 아래에서 하겠다. 영화 〈보스〉 기본 정보 항목 내용 개봉 2025년 10월 3일 (추석 연휴 첫날) 감독 라희찬 장르 코믹 액션 러닝타임 98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요 출연 조우진(순태), 정경호(강표), 박지환(판호), 이규형(태규), 이성민, 오달수, 황우슬혜 〈핸섬가이즈〉 제작진이 다시 뭉친 작품이고, 개봉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인가 (스포일러 최소) 영화는 한 남자가 형사들에게 선전포고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험악한 공기가 흐르는데, 알고 보니 이들의 목적은 싸움이 아니라 요리 심사 다. 이 도입부의 김빠지는 반전이 영화 전체의 톤을 정확히 예고한다. 남자의 이름은 순태. 한때 전국을 제패했던 조직의 에이스였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칼은 사람이 아니라 식재료를 썬다.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아내이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다. 그런데 그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이유로. 딸의 체념한 얼굴을 본 순태는 은퇴를 결심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보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조직의 모든 채무가 차기 보스에게 승계된다 는 소식이 함께 날아든다. 그렇게 아무도 앉고 싶어 하지 않는 의자를 두고, 서로에게 떠넘기는 '양보 전쟁'이 시작된다.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

뉴 노멀 (현실공포, 익명성, 반전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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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귀신이나 괴물이 튀어나올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영화 '뉴 노멀'은 그런 기대를 완전히 비틀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의 첫 장면부터 등골이 오싹했는데, 며칠 전 실제로 모르는 사람이 검침을 핑계로 문을 두드렸을 때의 기억이 겹쳐서 상당히 불편하게 봤습니다. 현실공포,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이유 일반적으로 공포영화는 비현실적인 존재가 등장해야 무섭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꼭 그렇지 않습니다. '뉴 노멀'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혼자 사는 여성 현정의 집에 수상한 검침원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문을 열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현정의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저도 그 순간 심장이 조금 쫄았습니다. 귀신이었다면 오히려 "어차피 픽션이니까"라고 선을 그을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그 선을 허물어버립니다. 영화 장르 이론에서 '슬래셔 필름(Slasher Film)'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슬래셔 필름이란 평범한 공간에서 실제 인간 범죄자가 공포의 주체가 되는 서사 구조를 가진 공포 장르를 뜻합니다. '뉴 노멀'은 이 슬래셔 장르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를 계속 뒤집는 방식으로 관객의 허를 찌릅니다. 현정이 피해자인 줄 알았는데 사실 연쇄 살인마였다는 반전은, 제가 놓친 복선들을 되짚으며 두 번 소름이 돋게 만들었습니다. 정범식 감독은 이미 '기담'과 '곤지암'을 통해 평범한 공간을 공포의 무대로 바꾸는 연출력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제가 직접 두 작품을 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이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은 관객이 방어할 틈을 주지 않는 리얼리즘(Realism)에 있습니다. 리얼리즘이란 현실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사실적인 묘사 방식을 뜻하는데, '뉴 노멀'에서는 이것이 배경과 인물의 생활 디테일을 통해 매우 촘촘하게 구현됩니다...

누룩 (막걸리, 누룩발효,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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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막걸리 한 잔이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걸 알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막걸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얼마나 인상 깊을까' 싶었는데, 장동윤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누룩'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는 막걸리라는 친숙한 소재 안에 정체성과 생존의 문제를 녹여낸 작품으로, 보는 내내 예상을 벗어나는 장면들이 이어졌습니다. 막걸리 한 잔에 담긴 뿌리의 의미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 다슬이 화장품 공병에 막걸리를 담아 가방에 넣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설마 학교에 가져가려는 건가?' 싶었는데, 바로 그게 맞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성년자가 술에 집착하는 서사는 문제적 행동이나 일탈의 신호로 그려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 공식을 처음부터 비틀어 버립니다. 다슬의 아버지는 양조장 주인으로, 다슬은 말 그대로 막걸리 냄새를 맡으며 자란 아이입니다. 이 배경을 알고 나면 그녀의 행동이 단순한 술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는 방식임이 느껴집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도 이 지점이었습니다. 성적도 좋고 친구도 많은 다슬이 굳이 학교에서 몰래 술을 마시는 이유는 결핍이 아니라 귀속감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오빠는 동생의 행동을 걱정하고, 아버지는 막걸리를 약이라 여기며 태평한 태도를 보이는 가족 구도도 흥미롭습니다. 같은 가정 안에서도 막걸리에 대한 시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족 간의 균열과 유대가 막걸리 한 병을 사이에 두고 동시에 드러나는 서사 방식은 이 영화만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누룩발효(醱酵)가 무너졌을 때 사람도 무너진다 영화의 전환점은 다슬이 변질된 막걸리를 마시고 수업 중 쓰러지는 장면입니다. 숨이 멎을 듯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그 장면 이전까지 쌓아온 긴장이 한꺼번에 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양조장의 핵심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엄마의죽음, 성장서사, 힐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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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이 "그냥 한번 봐봐, 가벼운 거야"라고 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포스터만 봐도 뻔할 것 같은 힐링 성장물 느낌이 물씬 풍겼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극장 불이 켜지는 순간까지 자리를 못 떴습니다. 2025년 개봉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제가 예상한 것과는 꽤 다른 영화였습니다. 엄마의 죽음, 그리고 혼자 남겨진다는 것 영화는 서울제 예술단 소속 고등학생 인영이 공연 당일 아침에 새 토슈즈가 없다며 엄마에게 짜증을 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홀로 인영을 키우며 바쁘게 일해온 엄마는 딸에게 늘 미안함을 안고 살아왔는데, 그 짧은 갈등이 둘의 마지막 장면이 됩니다. 예술단의 북춤 공연이 한창이던 중, 인영의 엄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걸렸던 건 그다음 장면들이었습니다. 집주인에게 방을 빼달라는 요구를 받은 인영이 엄마와의 추억이 남은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장면이요. 직접 겪어보니 이사라는 게 단순히 짐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살았던 시간을 해체하는 일이라는 걸 압니다. 어릴 적 제가 처음 이사 가던 날 느꼈던 그 묘한 상실감이 화면 너머에서 그대로 전해져 왔습니다. 인영은 울지도 않고 야무지게 물건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는데, 그 씩씩함이 오히려 더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고아(孤兒)가 된 인영에게는 곧 법적 후견인(法的後見人) 문제가 따라붙습니다. 법적 후견인이란 미성년자의 신상과 재산을 법적으로 보호할 의무를 지는 사람을 뜻하는데, 인영처럼 부모가 없고 다른 보호자도 없는 경우에는 보호 시설 입소가 원칙입니다. 강서구청 아동청소년과 직원이 예술단 감독 설아를 찾아와 이 사실을 통보하는 장면은, 슬픔보다 행정적 냉담함이 앞서는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에 따르면, 국내 보호대상아동의 상당수가 시설이 아닌 가정형 보호(위탁·입양 등)를 필요로 하지만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영의 상황이 결코 영화 속 설정만은 ...

미스터 소크라테스 (악인, 교육, 인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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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로 공부를 시키면 과연 사람이 바뀔 수 있을까요. 저도 학창 시절에 "공부해야 사람 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지만, 그 말이 범죄 조직의 킬러 양성 논리로 쓰인다면 어떨지 상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2005년작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바로 그 황당한 설정을 진지하게 밀어붙이면서, 악인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들고 나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으면서도 계속 마음 한쪽이 무거웠습니다. 타고난 악인인가, 만들어진 악인인가 구동혁이라는 인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형사를 폭행하고, 지하철에서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시체 처리를 도운 친구를 공범으로 협박하는 인물이니까요. 첫 장면부터 거침없이 쌓이는 그의 전적은 영락없는 악당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동혁을 "타고난 개새끼"라고 부르는 장면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버지 스스로도 도둑질로 살아온 인물이었고, 동생 동필을 "동혁처럼 되지 않게 해달라"는 말을 동혁 앞에서 내뱉는 사람이었습니다. 범죄심리학(Criminal Psychology)이란 범죄자의 행동 원인을 심리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환경 결정론(Environmental Determinism), 즉 인간의 행동은 타고난 기질보다 성장 환경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는 시각이 논의되어 왔습니다. 동혁의 삶을 보면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동생만큼은 제대로 살게 하려고 돈을 요구했던 그가, 아버지의 차가운 거절 앞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저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악인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악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 던져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성악설(性惡說)이란 인간은 본래 악한 본성을 타고났다는 순자의 사상을 가리킵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동혁이 검사를 구타하면서 직접 성악설을 언급하는 장면은, 이 영화 전체가 그 명제를 두고 씨름...

출국 (월북 배경, 첩보 심리전, 분단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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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펜하겐 공항 장면에서 저도 처음엔 그냥 평범한 첩보 액션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여권 사이에 구조 메시지를 끼우는 오영민의 손이 화면에 잡히는 순간, 관객석에서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었습니다. 영화 '출국'은 분단 시대 한 경제학자 가족의 비극을 첩보극 형식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관람 내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남한도 북한도 믿지 못한 남자의 월북 배경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주변에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결국 자기가 선택한 거 아니냐"고요. 저는 그 말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오영민이 월북을 결심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단순한 이념적 전향이 아니라 남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지식인의 좌절이 먼저 있습니다. 그 공백을 파고든 것이 강문한 박사였습니다. 여기서 영화가 다루는 핵심 개념이 바로 포섭 공작(covert recruitment operation)입니다. 포섭 공작이란 정보기관이 타국의 인물을 심리적·물질적 방법으로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비밀 공작을 말합니다. 강문한은 영민이 존경하던 선배 학자였고, 그 신뢰 관계 자체가 포섭의 도구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영민이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을 거라 짐작했는데, 영화는 그 배신의 순간을 훨씬 늦게 터뜨립니다. 영민의 선택에 영향을 준 구조를 보면 이렇습니다. 남한에서의 학문적 좌절과 민실협(민주주의 실천 협의회) 활동으로 인한 입국 거부 강문한 박사의 제안 — 북한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약속 동료 교수와 친구 이충근의 권유로 이중으로 압박받은 환경 가족과 함께 새 출발할 수 있다는 믿음 이 네 가지가 겹쳐 있었기 때문에, 영민의 선택을 단순히 "어리석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냉전 시대 이념 대립 속에서 지식인이 얼마나 쉽게 이용당할 수 있는지를 영화는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실제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의 자료에 따르면, 냉전기 ...

행복 (간경변, 요양원, 삶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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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이런 류의 영화를 잘 안 봤습니다. 죽음이 나오는 이야기는 왠지 무겁고, 보고 나서 한동안 기분이 처질 것 같아서요. 그런데 영수와 은희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며칠째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불치병 환자들의 요양원으로 들어간 남자, 그리고 폐가 40%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 쓸만하다"고 웃는 여자. 그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클럽 사장이 요양원에 간 이유, 짐작이 됐습니다 영수가 처음 등장할 때 저는 솔직히 크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클럽을 운영하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다 갑자기 모든 것을 정리하는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 선택이 꼭 대단한 용기의 산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몸이 먼저 무너졌으니까요. 영수가 받은 진단은 간경변(肝硬變)입니다. 간경변이란 오랜 음주나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해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만성 질환으로, 상당 부분 진행되기 전까지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이 붙은 간의 특성상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대한간학회 자료에 따르면( 출처: 대한간학회 ) 간경변 환자의 상당수는 증상이 뚜렷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영수가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나서야 행동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이었겠지요. 그가 주변에 "유학을 간다"고 둘러대며 시골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저는 오히려 그 거짓말이 이해됐습니다. 화려하게 살던 사람이 불치병 요양원에 간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고, 주변을 걱정시키기 싫은 마음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 복잡한 감정이 "유학"이라는 두 글자에 다 담긴 것 같았습니다. 은희가 웃는 이유를 저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은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저는 그녀가 스태프인 줄만 알았습니다. 8년째 요양원에서 환자들을 돌봐온 사람이...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학교폭력, 가해자부모, 증거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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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폭력 뉴스를 볼 때마다 "도대체 부모는 뭘 했을까" 싶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늘 그 질문이 마음에 걸렸는데, 영화 한 편이 그 물음에 정면으로 답해줬습니다. 가해 학생이 아니라 그 뒤에 선 부모들의 이야기, 그것이 이 영화가 남긴 가장 날카로운 질문이었습니다. 학교폭력 영화가 흔히 놓치는 시선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장르는 피해 학생의 고통이나 가해 학생의 심리를 중심에 놓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달랐습니다. 카메라가 향하는 곳은 교실이 아니라 학부모 회의실이었고, 주인공은 학생이 아니라 어른들이었습니다. 영화는 국제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건호 학생이 호수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경찰 연락을 받은 학교는 새벽에 학부모들을 소집하고, 건호가 담임 송종욱 선생에게 남긴 편지를 공개합니다. 편지에는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내용과 함께 가해자로 도윤재, 박규범, 정이든, 강한결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학교폭력예방법(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란 학교 내 폭력 사건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처리하도록 규정한 법률입니다. 학교는 이 규정에 따라 처리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법 절차가 아니라 자녀 보호를 향해 즉각적으로 움직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법보다 빠른 게 부모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각 학부모의 배경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도윤재 아버지 도지열은 병원 이사장, 박귀범 아버지는 본청 출신 엘리트 경찰, 강한결 아버지 호창은 수학 교사이자 변호사 자격을 지닌 인물입니다. 사회적 자원(social capital)이란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동원할 수 있는 힘과 정보를 뜻하는데, 이 세 사람이 각각의 사회적 자원을 총동원해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구조가 영화의 핵심 뼈대를 이룹니다. 부모의 사랑이 괴...